허리 통증과 함께 다가온 마라톤 대회, 아픈데 달리기 괜찮을까?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즐기면서 달리기 하고 있는 쿠키빵입니다 :)
좀 지난 마라톤 완주기이지만 지금까지 나갔던 대회들 중에서 가장 힘들었고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을 일들을 경험한 날이라 같이 공유해보고 싶어서 글을 남겨보게 되었습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맞이하게 된 허리통증
기록과 속도에 욕심 없이 허리가 안 좋은 제가, 두 발로 달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달리기입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20대 때에는 길에서 주저앉은 적도 많고, 허리에 좋다는 병원도 찾아가고, 치료도 받았지만 통증은 관리를 해야 하는 것임을 많이 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거리를 1km, 2km 늘릴 때, 시간을 5분, 10분 늘릴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건 허리 통증이었습니다.
지금 달리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 여기서 꾸준히란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루에는 30분 이상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 - 벌써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처음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 대회가 2주 정도 남았는데 허리가 뻐근하고 알싸한 느낌이 들면서 다리가 굳는 듯한 이상 증상이 나타났어요. 이대로 두면 허리통증으로 나타날 게 분명한 전조증상이어서 2주 동안 무리하지 않고, 걷기와 스트레칭 위주로 준비했고 대회 당일에는 아무런 이상과 통증 없이 달리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허리통증을 달고 살았어서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적당한 운동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씩 알고 제 몸에 대해 파악하게 된 시기가 이때부터 인 거 같아요.
서울 하프마라톤, 신청할 때는 최고의 컨디션이었는데...
작년 목표 중에 하나가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헬스장도 등록하고, 웨이트도 병행하면서 저에게 맞는 운동 강도를 조금씩 맞춰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인의 부채질(?)에 덜컥 하프 마라톤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참가했던 첫 하프마라톤은 나름 어렵지 않게 완주했습니다. 그래서 2024년에도 이렇게 몸을 관리한다면 하프를 한 번쯤 더해도 괜찮겠지 싶어서 호기롭게(?) 서울 하프마라톤에 접수를 해버렸어요.
But..... 시무식 때 알게 된 새로운 프로젝트의 존재와 데드라인 일정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루틴을 와르르르 무너뜨렸어요. 그와 동시에 제 허리통증도 조금씩 재발되었습니다.
높은 강도의 업무와 오랜 시간 책상에서 앉아 있는 자세는 허리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머리로는 아는데 조금만 더 하고 마무리해야지 했던 것이 점점 통증을 키워갔어요.
4월에 있을 서울 하프마라톤이 너무 걱정 되었습니다. 병원도 가고 스트레칭도 했지만 빠르게 좋아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서울 하프 마라톤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하
한번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컨디션이 안 좋았던 적이 없는데, 당일에는 허리 때문에 다리가 당기는 정도의 통증이 있는 상태였어요. 아예 걷지도 못하는 상태일까 봐 걱정이었는데 크게 충격이 전달되지 않으면 천천히 달릴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집에서 테이핑과 파스로 나름대로 무장을 하고, 완주를 목표로 출발했습니다.
실전에서 곱씹어 보게 된 달리기 생활
마라톤이라는 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번 서울 하프 마라톤에서 정말 몸소 느꼈습니다. 5~8km 까지는 빠른 페이스는 아니지만 유지하면서 달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코스의 특성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허리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처음 내리막이 나왔을 때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아무래도 다리도 뻣뻣하고 허리에도 긴장감이 있는 상태라 충격이 그대로 축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두려웠습니다. 천천히 달리지도 못하고 중간에 앰뷸런스를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위기가 오히려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분명히 발생할 텐데) 이때 나의 선택은 포기일까 방법을 찾을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허리도 아픈데, 무릎도 아픈데, 왜 달리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저는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이 걸어서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당연하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
통증은 인간에게 선물이라고 합니다. 안 좋은 것을 모르고 계속 진행한다면 위험할 수 있는데, 통증으로 알려준다는 것이죠. 저에게 달리기는 허리통증을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무리 없이 해보면서 상태를 지켜보다 보니 통증이 관리가 되었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일상의 변화 때문에 그 관리 루틴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지키고 싶은 일상이 있다며 조금 더 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광화문에서 여의도를 거쳐 상암 월드컵 경기장 까지 오는 코스를 걷뛰를 하며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걸어본 적도 처음이고 아픈 상태로 나간 적도 처음인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고통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경험은 한 번이면 좋겠다는 바라봅니다.
허리디스크가 있거나 허리통증이 있는 분들은 달리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먼저 시작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시작해야지 나에게 맞거나 맞지 않거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마세요. 허리환자들은 어떤 운동이든 나에게 맞는 강도를 찾고, 조절하면서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걷기, 달리기는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강도를 컨트롤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운동이에요! 무리하지 않게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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